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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워낭소리, 노인과 소의 아름다운 동행

by 희나리하루 202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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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스포를 포함하고 있으니, 참조 부탁 드립니다.

<워낭소리>는 2009년 개봉한 이충렬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2008년 제 34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 200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신인감독상,
자그레브 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2010년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에서 최고의 작품상과 포스터상 등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노인과 소, 환상의 짝꿍

 

'워낭소리는' 경북의 봉화산 한 마을의 노부부, 그리고 이들이 키우는 소가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워낭은 소 혹은 말의 턱 밑부분에 매는 '종' 입니다.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최 노인에게는 함께 일하며 사는 '누렁이' 라는 이름의 소가 있습니다.
소의 수명은 통상 15년 정도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40살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40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노인과 소가 마지막 1년동안 함께 보낸 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명을 훨씬 넘기고도 살아있는 이 소는 
최 노인의 최고의 친구이고, 또 최고의 농기구이며, 유일한 자가용 역할까지 해줍니다.
최 노인은 귀도 잘 안 들리지만 저 멀리서 어렴풋이 들리는 
소의 워낭소리는 귀신같이 알아채리고,
다리가 불편해 걷기도 힘들지만 소에게 먹일 풀을 구하기 위해
매일같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는 존재

 


최 노인은 혹여나 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논에 농약조차도 치지 않습니다.
마흔 살 먹은 소도 노쇄해서 잘 서있지도 못하는데 
최 노인이 고삐만 잡으면 산더미같은 나뭇 짐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날라줍니다.
팔순의 노인과 묵묵한 소, 그 둘은 마을 사람들 모두 인정하는 최고의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최 노인은 수의사로부터 소가 올해를 넘기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노쇄한 소는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아침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소를 바라보는 최 노인의 눈에는 그렁그렁 슬픔이 가득합니다.
최 노인은 소가 평생을 바친 밭 한가운데에 돈을 들여서까지 무덤을 만들어주고, 노인은 시름시름 앓게 됩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소의 무덤을 다녀온 최 노인의 발자국이 비춰집니다.
이로써 다큐멘터리는 막을 내리게 됩니다.


40년동안 함께 지낸 동반자를 하루아침에 잃은 할아버지의 상실감과 먹먹함, 

슬픔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가감없이 묻어나는 장면입니다.
흙이 가득 묻은 최 노인의 손에는 소가 남긴 끊어진 워낭이 있었습니다.
장면장면마다 딸랑딸랑 청명하게 울려퍼진 워낭소리가 더욱 가슴 시리게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나한테는 소가 사람보다 나아요

 


평균 수명의 2배가 넘는 시간을 살아낸 소를 보며,
할아버지가 많이 아끼고 사랑으로 보듬어줬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를 위해 매일 풀을 베어오고, 농약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 등 
할아버지의 소를 향한 사랑과 진정성이 듬뿍 느껴진 대목들이 많았습니다.


소와 할아버지는 서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고, 힘들때 서로를 찾을 수 있는 그야말로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노인과 소가 베스트프렌드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이렇다할 작위적인 연출력없이 최노인과 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며
최노인의 소에 대한 애정이 마구 느껴졌습니다.


소는 애정을 가지고 키우는 애완동물보다는 가축의 시선이 대부분인데,
최 노인은 그와 달리 소를 마치 자신의 아이처럼 애틋하고 사랑을 담아 대하고 있습니다.
꾸며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와닿고 더 슬프고 더 애틋하고 절절함이 컸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소와 노인의 동행이었지만, 그들의 슬픈 이별이었기에 그저 울다 울다 끝난 영화였습니다.


사람은 '가끔' 마음을 주지만
소는 '언제나' 전부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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